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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직장을 그만둔 지 두 달이 지났고, 계절은 어느덧 가을에서 겨울로 흘러가고 있었다.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도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얇은 원피스 차림의 내가 이상한 나라에서 온 이방인처럼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햇빛을 받으며, 땅을 밟는 터라 아찔하게 현기증이 몰려 왔고, 날짜를 계산해 보니 근 한 달만에 밖으로 나온 셈이었다. 우체통은 각종 고지서와 광고 전단지가 뒤엉켜 빼곡히 들어 차 있었고, 주차장에 방치해 놓은 차는 낙엽에 뒤덮혀 엉망이었다. 손으로 슥, 낙엽을 털어내자 차 창에 내 모습이 비쳤다. 거칠어진 얼굴과 생기를 잃은 두 눈이, 언젠가 보았던 아스팔트 위의 죽은 고양이를 연상케했다. 패배자_ 쓰디 쓴 단어가 입 안을 맴돌자 참을 수 없는 슬픔이 .. 더보기
화접몽 밴드 - 두리번거리다 대방역을 지날 때마다, 혹시 당신과 마주치게 될까봐 두려웠던 적이 있다. 조마조마한 가슴을 안고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당신과 마주치지 않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연히 라도 당신을 보고싶었다. 우연히 마주치면, 인연이라 우겨볼 참이었는데,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더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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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 검은 강 세상에 신이 있다면 왜 사는 게 이리 슬픈가요. 죽음도 삶도 슬퍼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잔인한 운명은 어떤 예고도 없이 모든 것을 무너뜨린 채 떠나고 살아남아도 스러져갔어도 사람은 모두 안타까워요. 한낱 꿈일 뿐인가요, 아무도 울지 않는 날은. 세상의 모든 눈물이 검은 강이 되어 흘러가네요. 검은 강의 품속에 한탄을 묻고 강을 나는 물새도 슬퍼 말을 잃네. 왜 누군가 울어야만 하나요, 그 고통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울어도 울어도 삭일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 안타까워요. 신이 있다면 왜 세상은 이리 슬픈가요. 검은 강이 하염없이 눈물을 안고 흘러가네요. 더보기
기차 나들이 : 의성 남대천 마음이 울적한 날, 기차가 타고 싶어서 아침 일찍 역으로 향했다. 기차의 심장소리가 언제나 가슴 설레이게 하는 곳 _ 무작정 기차를 타고 정한 목적지는 의성. 전국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이 날, 정말 너무 너무 더워서 헉,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도 기차 안은 시원해서. 창 밖으로 보이는 푸릇한 풍경에 마음도 안정이 되고_ 틈틈이 졸기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가는 길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었다. 이 날 내가 선택한 책은 정목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의성역에서 내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의성 남대천에 해바라기 밭이 조성되었다는 기사 발견. 친절한 택시 기사님이 남대천까지 데려다 주시면서, '아가씨, 막상 보면 실망할텐데.'라고 하셨고, 괜찮아요. 라고 쿨하.. 더보기
regret 당신의 아픔마저 들릴 것만 같은 이 밤, 눈물이 눈가에 서성이고 흐느낌이 결국 입가에 맴돌고 있어요. 이름만 불러도 목이 메여 다시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은 아픔이예요. 더보기
It's raining- 비가 오는 날이면 헤어지던 날이 비수되어 아프게 하고 무거운 추억은 생시처럼 가위눌립니다 .아직도 비련으로 바스러진 내 심사는 공연히 비처럼 지난 날로 흘러내립니다. 더보기
경주 대릉원, 첨성대_ 3교대 근무를 하는 곳으로 이직한 후부터 휴무만 되면 밖으로 나가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은 경주로 슝_ 가득 주유를 하고 편의점에 들러 생수도 한 병사고, 후텁지근한 공기에 숨이 막히지만 그래도 기분만은 즐겁게. 경주는 엄연히 다른 지역이건만, 늘 옆 동네 마실 가는 것처럼 가게되어 찬찬히 둘러 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의 목적지는 대릉원 _ 원래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지만 더운 날씨에 대충 찍었더니 그나마도 건질 만한 사진이 없다. 대릉원 입구 공영주차장 _ 주차비는 2,000원, 경차는 1,000원. 뜨거운 햇빛에 지쳐있는 말이 좀 불쌍해 보였어. 평일이라 한산했지만 그래도 저렇게 예쁜 커플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제법 보이더라. 맑은 하늘과 몽실몽실한 구름을 기대했건만 흐릿한 하늘에 실.. 더보기
바나나 꽃 입을 쫙, 벌릴 것만 같아서 신기하면서도 무시무시했던 바나나 꽃 _ 더보기
깃(Feathers In The Wind, 2004) 탱고는 혼자 추는 춤이 아니에요. 둘이 추는 거죠. ♩ bgm :: A Evaristo Carriego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