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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ologue

2023. 3. 22

며칠 사이, 매화가 만발하였다. 남부 지방은 벚꽃이 만발했다는데 확실히 이 곳은 개화 속도가 더디다.
아침 부터 팀장과 한 판 했고,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업무를 하고 민원인을 응대해야하는 공노비의 삶.

허허벌판이었던 집 주변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더니 등산로를 제법 잘 만들어놔서 산책하기 편해졌다.
매화, 산수유, 진달래 ... 봄꽃들이 피어나고 보드라운 연두빛의 잎이 피어나는 계절. 나는 딱 이맘 때의 봄을 사랑한다.

23년 전의 인연과 연락이 닿았다. 사랑이라 말하기엔 너무나도 풋내가 나는 애정의 관계였다고나 할까.

열일곱의 그 사람은 어느덧 마흔이 되었고 일찍 결혼하여 토끼같은 딸이 있다고 했다. 사는 동안 지치고 힘이 들었던 순간에 문득 문득 내가 생각이 났었다고.

그렇게 몇 마디의 안부를 주고 받은 후, 또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기로 했다.
또다시 힘이 드는 순간이 오면 꼭 기억하자고.
아무 조건 없이 나에게 애정을 쏟아 준 사람이 있었음을,
누군가에겐 세상의 전부였던 순간이 있었음을,
눈부시게 빛났던 그 날의 모습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음을.

🌸


오늘의 기억하고 싶은 모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