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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ologue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비싸긴 했으나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1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갔으니까 _ 미란이도 나도 참으로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웃었던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누가 결혼을 한다더라 따위의 가벼운 이야기부터 다소 무거운 정치이야기 까지_ 그러다 요즘 느끼는 무거운 감정에 대하여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학교 때 심리 과목을 수강 하면서 스스로 깨달아갔던 내 성격 형성의 과정과 깊은 우울감의 원인, 그리고 부모에 대한 원망 아닌 원망. 최근 있었던 직장 후임과의 마찰로 인하여 내 자아가 흔들렸던 이야기, 그것이 계기가 되어 2년 동안 몸 담고 있었던 직장에 대해서 회의를 느꼈다는 것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이것 저것 두서없이 늘어놓았음에도 미란이는 묵묵히 들어주었고 내 이야기들을 통하여 본인이 치유받는 느낌이 든다고하였다. 언제나 행복해 보이고 부족할 것 없어 보였던 사람이 실상은 나와 다르지 않구나, 라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세상 사는 게 다 그렇지 않겠냐며 싱겁게 결론을 맺고 막잔을 비웠다. 미란이를 택시 태워보내고 혼자 걸었다. 맵찬 바람이 마음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