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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ologue

미련한 여자

자다가 번득 눈이 떠졌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 해가 뜰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고 그동안 무얼하며 시간을 보내야할지 막막할 때, 그때가 가장 외롭다고 _ 언젠가 그녀가 했던 말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오롯이 혼자가 되는 새벽, 참 적요하다. 그녀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어 눈 언저리가 지끈해온다. 


간 밤, 비탈길에 서 있던 '우리'들을 정리하고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딱딱한 바닥에 한참을 공그리고 누웠다. 더 이상 울 힘 조차도 남아있지 않은 나라는 여자, 당신들에게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사랑이 결여된 섹스까지 참아 낼 만큼 쿨한, 혹은 헤픈 여자로 보여졌었던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일 그런 여자...적당히 갖고 놀다가 지겨워지면 버려도 질척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그렇다고 당신들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들 탓도 아니오, 내 탓도 아닌 애써 변명을 하자면 애정결핍이 부른 선택의 부주의쯤이라고 해둘까. 나는... 그래요, 나는 사실 아주 많이 사랑 받고 싶었어. 


이런 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날의 기억. 꿈 속에서 다시 그 때의 일이 재생되고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_ 왼쪽 손목에 난 무수한 상처를, 그 보다 더 깊은 가슴 속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그 이는 봄 햇살 처럼 눈부신 그녀와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한 여자는 살아있다.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낸다. 멍빛으로 여울진 기억을 안고 속절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