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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_Rest

경주 대릉원, 첨성대_

3교대 근무를 하는 곳으로 이직한 후부터 휴무만 되면 밖으로 나가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은 경주로 슝_

가득 주유를 하고 편의점에 들러 생수도 한 병사고, 후텁지근한 공기에 숨이 막히지만 그래도 기분만은 즐겁게.

경주는 엄연히 다른 지역이건만, 늘 옆 동네 마실 가는 것처럼 가게되어 찬찬히 둘러 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의 목적지는 대릉원 _  원래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지만 더운 날씨에 대충 찍었더니 그나마도 건질 만한 사진이 없다.

 

 

 

 

 

 

 

대릉원 입구 공영주차장 _ 주차비는 2,000원, 경차는 1,000원. 

뜨거운 햇빛에 지쳐있는 말이 좀 불쌍해 보였어.

 

 

 

 

 

평일이라 한산했지만 그래도 저렇게 예쁜 커플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제법 보이더라.

맑은 하늘과 몽실몽실한 구름을 기대했건만 흐릿한 하늘에 실망한 것도 잠시, 첨성대를 지나 걷다보니 

형형색색의 접시꽃밭이 눈에 들어왔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만은 난 꽃이 참 좋다.

그래서 꽃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정말 예쁘게 피어있는 접시꽃_ 예전에 잠깐 꽃꽂이를 배울 때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꽃에게도 얼굴이 있다고. 그래서 예쁜 얼굴이 보이게 꽂아 주어야 된다고. 그 후부터 나는 사진찍을 때에도

꽃의 얼굴을 살피게 된다. 눈으로 볼 때는 정말 예뻤는데, 좀 더 예쁘게 담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접시꽃들아_ 

 

 

 

 

 

 

 

 

 

 

개망초와 도라지꽃 _ 보라색을 좋아하는 나는 보라색 꽃만 보면 더더욱 발길을 멈추게 된다. 

도라지 꽃은 언제봐도 신기하고 예쁘다. 보라색과 흰색이 어우려져 있는 걸 보니 자스민이 생각난다.

조금 더 걷다보니 연꽃이 보였다. 이제 막 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한 연꽃들.

고고한 자태를 보니 괜히 숙연해 진다. 

 

 

 

 

 

 

 

 

 

 

  

 

 

연꽃이 활짝 펴면 다시 와야지, 하면서 발길을 돌리는데 열심히 연꽃 사진을 찍고 계시는 분이 보였다.

나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처럼 혼자 사진을 찍고 있는 분들을 마주치면 이상하게도 반갑게 느껴진다. 어떤 모습을 담고 계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는 어딘가를 갈 때 버릇이 있는데, 오늘 가보아야지 하는 곳을 한, 두군데만 정해놓고 다니는 편이다.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은 많지만 한 번 갔을 때 다 돌아보면 다음에 오지 못할까봐, 늘 여지를 남겨둔다.

경주는 아무 때나 올 수 있으니까, 하고 늘 미루어 두었는데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냥, 걷고 싶고 쉬고 싶었는데 마음이 한 결 편안해진 것 같다.
기억하기 싫은 순간이 있듯,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헤어지는 순간은 지워버리고 싶지만 처음 만나던 그 순간만큼은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추억 속에 도취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어쩌면, 그래, 나는 그 때의 당신을 기억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때의 나를 기억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