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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천항 늘 고민이었던 것 같다. 정체되어 있는 시간들이.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 하면서도 변화하기를 바랬고 성장하기를 바랬지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결론.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지. 사직서를 집어 던지고 멋있게 나오려고했지만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쉬었다가 다시 나오라며 사직서를 보류하겠다는 말씀에 생각치도 못한 안식휴가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릴 겸 무작정 떠난 길에서 작은 어촌 마을을 만났다. 어둑어둑 했던 하늘이 금새 금빛으로 물이 들고 만선의 꿈을 담은 작은 고깃배가 쉴새없이 바지런을 떨던 곳. 이런 곳에서 살아도 참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시간 반동안 혼자 넘으며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말이 처음으로 와 닿던 새벽.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었던 시간. 더보기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ance, 2005) 왜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녀? - 친절해보일까봐. 너 가졌을 때가 생각 나, 제니. 배가 불러오니까 지갑이 불룩해진 것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하지만 니가 돌도 되기 전에 엄만 감옥에 가야했기 때문에 널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 너는 아무한테나 웃어주는 헤픈 아이라서 어느 집에 가든지 모두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단 걸 엄만 알고 있었어. 이제 이 사람하고 볼 일이 끝나면 널 다시 호주로 보내려고 해. 엄마의 죄는 너무 크고 너무 깊어서 너처럼 사랑스러운 딸을 가질 자격이 없거든. 넌 아무 죄도 없는데, 니가 엄마 없이 자라게 해서... 근데 그것까지도 내가 받아야 될 벌이야. 잘 들어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 하지만 죄를 지었으면 속죄를 해야 되는 거야. '속죄' 알아? atonement. 그래,.. 더보기
눈물로 만들어진 빛망울_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 채 세상을 바라본 적 있나요? 더보기
연애소설 (Lover's concerto, 2002) 처음엔 말이야. 시간이 흐른다는게, 나한텐 그 애들이 생각나는게 하루에 백번에서 아흔 아홉번, 다시 아흔 여덟번, 아흔 일곱번... 그러다가 자꾸 숫자를 잊어버리게 되다가, 갑자기 머리 색깔이 검정색이 였는지 갈색이었는지 잘 생각이 안나서_ 내가 정말 좋아하기는 했던걸까? 우리가 정말 만나기는 했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였어. 어쩌면 사랑이란 잃었던 시력을 찾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별이 가혹한 이유도 세상이 다시 밋밋했던 옛날로 돌아가기 때문일겁니다. 더보기
무지개 무지개 뿌리 끝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지. 이런 상상만으로도 즐거워. 더보기
멍든 바다 파랗게 , 파아랗게 _ 더보기
오리온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아르테미스라는 여신이 등장한다. 처녀의 수호자이자 순결의 상징이며 수렵의 여신이자 달의 여신. 그녀에게는 딱 한번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었다. 그 상대는 거인족 사냥꾼 오리온_ 그러나 그녀의 쌍둥이 오빠인 태양의 신 아폴론의 계략으로 바다위에서 머리만 내어 놓고 있던 오리 온을 그녀는 직접 활로 쏴 죽이게 된다. * * * 너무나 추웠던 겨울 밤 _ 맞는 것이 싫어 맨발로 거리를 뛰쳐 나온 아이의 유일한 놀이는 별자리 찾기였다. 얼룩덜룩 달마시안처럼 변해버린 몸뚱이를 구긴 채 피범벅이 된 발을 감싸안고 그렇게 밤새도록 계속되었던 슬픈 놀이.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었었지, 그런날도 있었지 _ 하지만. 더보기
봄, 속절없이 겨울지나 봄이 오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을까요, 우리. 더보기
기억 상처에 물이 닿으면 쓰리고 아프듯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도 비가 오면 더 아프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유독. 억새밭을 헤치며 한없이 한없이 깊은 산 속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아버지는 어린 나를 안고 울고 계셨다. 미안하다했다. 그저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그 말만 되풀이 하셨다. 정말 우습게도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나와 함께 생을 마감하려 한다는 것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 내며 '아빠 울지마. 나는 괜찮아.'라고 했던가. 깊이 아로새겨진 한을 삼키며 짐승처럼 목울음을 토해내던 가엾은 내 아버지. 그 때의 기억은 자라는 동안 나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만큼 중대한 것이었으나 혼란스러웠다. 정녕 진실일까. 꿈 또는 상상이 아닐까 _ 가슴 속.. 더보기
꽈당_ 어젯 밤 , 동료 선생님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걸어서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개. 취한 와중에도 사진까지 찍어 놓고 _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 시간이나 통화를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살 더 먹어서 그런가. 없던 주사까지 생기고. 흠. 아침 출근하다가 얼어붙은 눈 길에 미끄러져서 꼬리뼈를 다쳤다. 손도 다 까지고 _ 허리도 팔도 욱씬욱씬. 너무 아파서 창피한 것도 모르겠더라. 당분간 후유증이 계속될 것 같다. 더보기